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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와보세요 ㅎㅎㅎ 덧글 0 | 조회 32 | 2024-03-24 21:17:47
희나리  

가족들은 이미 모두 호텔로 돌아갔다.

데니스는 내내 영화 촬영을 왔는데도 하루 종일 마크와 리미미의 결혼식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데니스, 이러다가 1분 1초 모두 롤토토사이트 기록하는 거 아니야?”

“마크한테 주는 내 결혼 선물이야.”

[흠, 이만한 결혼 선물도 없지. 후에 유명한 영화감독이 스타토토사이트 데니스의 웨딩 비디오라니….]

나는 데니스를 슬쩍 쳐다봤다.

“데니스, 영화 촬영은 잘 진행 중이야?”

“어렵긴 하지만, 최선은 다하고 있어요, 투자자님.”

데니스는 빙긋 웃었다.

“난 그냥 물어본 거야. 궁금해서.”

“친구로서? 아니면 투자자로서?”

“당연히… 전자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속마음은 아니었지만.

“암튼 못 말려. 성국,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거 너무 고맙고… 어떻게든 이번 작품 잘해볼게.”

이때, 마크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데니스, 성국!”

마크는 술잔을 들고 우리에게 달려왔다.

“자, 다들 한 잔씩들 더 해!”

“우리 이미 많이 마셨어.”

내가 술잔을 안 받자 마크는 떠안기듯 넘겼다.

“성국, 이제 한국 가면 또 언제 볼지 모르잖아.”

“어쩔 수 없지….”

나는 마크가 내민 술잔을 받아들었다.

“근데, 제시는 갔네?”

데니스는 은근히 제시를 찾았다.

“백악관은 선거 때문에 롤베팅 정신없잖아.”

“하긴….”

데니스는 조금 아쉬워하는 롤배팅 같았다.

[여자 좋아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나는 데니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데니스, 영화감독으로 성공하면 여자들이 줄을 설 거야. 영화에나 집중해! 이건 당연히 투자자로서 하는 말이야.”

“알았어, 성국.”

데니스는 아쉬운 듯 술잔을 기울였다.

이제 정말 가까운 친구들만 남아서 어느새 해도 지고, 별이 반짝이는 밤이 됐다.

모두들 적당히 술에 취했고, 적당히 흥에 겨운 때였다.

이때, 전태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태국은 마치 위대한 개츠비라도 된 듯 샴페인 스타베팅 들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누가 봐도 취기가 완연했다.

[전태국,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하지만 말릴 힘이 없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롤드컵토토 테스트.”

전태국은 마이크 상태를 확인하곤 마크를 쳐다봤다.

마크에게 결혼에 대한 덕담이라도 하고픈 모양이었다.

[그래, 전태국. 너도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마크에게 잘살라는 덕담 좀 해봐.]

전태국은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크의 오랜 친구인 한국에서 온 전태국이라고 합니다.”

이미 전태국을 잘 아는 마크와 리미미의 지인들은 박수를 쳤다.

기분이 좋아진 전태국은 마크를 응시했다.

“마크…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고마워, 태국.”

“그래서 내가 결혼 롤토토 준비했는데 말이야.”

“태국, 네가 이 웨딩도 다 준비해줬잖아. 결혼 선물 필요 없어!”

마크가 외쳤지만, 전태국이 손가락을 가로저었다.

“무슨 소리! 결혼 선물은 줘야지!”

모두의 시선이 전태국에게 쏠렸다.

대한민국의 재벌이 미국의 억만장자에게 무슨 선물을 줄지 모두 궁금한 모양이었다.

“마크, 신혼여행 말이야….”

[설마 신혼여행 비용을 쏜다는 건가?]

하지만 마크는 리미미와 이미 이탈리아 로마로 짧게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리미미가 <로마의 휴일>을 보고 가보고 싶어 하던 곳이었다.

“태국, 우리는 이미 로마로 가기로 했어. 내일 저녁에 로마로 가는 비행기 탈 거야.”

“알지. 그래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해 봤어. 신혼여행에 친구들이 가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하는 생각 말이야.”

[전태국, 제발 생각 좀 하지 마!]

나는 애가 타들어 갔고, 옆에 앉아 있던 스타토토 비서도 긴장했다.

“대표님, 설마… 지금…”

그리고 그 순간, 전태국은 입을 열었다.

“우리 절친들도 모두 로마로 내일 같이 갈 거야! 홀덤사이트 결혼 축하해!”

*    *    *

- 신혼여행도 같이 온라인홀덤 마크와 전성국 대표.

- 미술관을 구경 중인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대표.

-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비는 마크와 전성국 대표.

- 사이좋게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보는 마크와 전성국 대표의 다정한 한때.

임신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리미미는 신혼여행 일정 내내 거의 호텔에서 보냈다.

김미소 비서도 혹시 몰라서 리미미와 거의 일정을 같이 보냈다.

그런 바람에 나와 마크 그리고 전태국만 로마에서 여유롭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다.

마크의 신혼여행이 끝나고 난 뒤 나와 마크를 따라다닌 파파라치가 인터넷에 기사를 도배했고, 분명 결혼했는데 나와 단둘이 돌아다니는 것만 찍혀서 구설수에 오르기까지 했다.

- 전성국 대표와의 관계를 속이기 위한 마크의 결혼?!

- 전성국 대표, 엠마 왓튼 이후로 잠잠한 스캔들은 마크 때문인가?

- 전성국 대표의 여성팬들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

전태국이 아침부터 어지럽게 거실을 오갔다.

“성국아, 이게 말이 돼? 너랑 마크랑 나랑 이렇게 셋이 여기를 다 갔는데… 왜 나는 쏙 빼고 너랑 마크만 엮는 건데.”

“형, 제가 더 화가 나요. 제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죠. 근데 마크는 너무 못생겼잖아요. 저도 취향이 있다고요.”

내가 화나는 것은 이 지점이었다.

나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루머를 퍼뜨리는 것이야 유명인으로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문제였지만, 그 상대가 마크라니? 그건 아니지!!!

그런데 나만큼 화가 난 사람은 전태국이었다.

“성국아, 암튼 이런 건 빨리 해명을 해야 돼. 박 비서 통해서 나까지 나온 사진 쫙 뿌릴게. 나도 같이 갔는데,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전태국이 화가 난 이유는 자신이 패싱된 사진들 때문이었다.

“성국아, 그리고 네 루머 벗어나기에 좋은 건… 네가 빨리 누구와 연애를 하는 거야.”

“제가 이런 루머 뒤에 연애하면 다들 또 그럴 거예요. 루머 덮기 위해서 여자랑 사귀는 거라고요. 전 이런 거 이제 신경 안 써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크의 신혼여행까지 같이 다녀오고 한국에 돌아온 지는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다행히 먼저 한국에 도착한 엄마가 우리 집을 점령하던 지희를 데리고 본가로 들어갔다.

“형, 출근 안 해요?”

“너는?”

“전 오늘까지 휴가에요.”

“나도 오늘 휴가야. 성국아, 아침 뭐 먹을래? 뼈해장국 어때? 외국에서 느끼한 음식만 먹다가 들어왔더니, 이런 게 땡기네.”

“적절하네요.”

이럴 때일수록 속이 든든해야 했다.

어차피 유명인에게 따라다니는 루머야 숙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도! 마크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라고!!!

*    *    *

8월 초에 고등검정고시를 치고 마크의 결혼식을 다녀간 지희는 고등검정고시마저 전체 수석으로 통과했다.

이제 수학능력시험만 치면 지희는 자신이 원하는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그 바람에 집에 가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다며 민국이가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게 문제였다.

그리고 <세븐즈>는 예상대로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사이에서 주춤하고 있었다.

너튜브 동영상들은 해외에서 인기를 얻어가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이슈가 되진 못했다.

퇴근하고 들어가자, 민국이가 나를 맞았다.

“형, 어서 와.”

“너, 숙소 안 들어가?”

“대표님이 2집 준비 전까지 다들 좀 쉬라고 했어.”

민국이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1집의 성적은 주목받기에는 애매했다.

잘 된 것도 아니고, 안 된 것도 아닌 애매한 그 어느 지점이었다.

“그래도 2집 준비하는 것 보면 괜찮은 거야. 요즘 아이돌이 한두 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솔직히 모르지. 준비하라고 해놓고 해체할지도.”

“민국아, 나도 투자자야. 너희 이미 투자금은 회수했어. 앨범 판매가 상대적으로 좋았고, 삼전 가전 광고도 했잖아.”

민국이는 그래도 어깨를 펴지 못했다.

“난 그래도 데뷔하면 대형 기획사 아이돌처럼 데뷔하자마자 부모님 차 바꿔드리고, 집도 사드리고 할 줄 알았지.”

“민국아, 우리 집은 이미 다 있잖아. 걱정하지 마.”

“형이랑은 대화가 안 된다니까. 내 말은 비유야. 내가 그동안 땀 흘린 시간에 대한 보상이 바로 눈에 보일 줄 알았다는 말이잖아, 형!”

[원래 가족끼리는 대화가 안 통하는 법이야, 민국아.]

그리고 이럴 때 민국이를 달랠 방법이 있었다.

“민국아, 저녁 맛있는 거 먹자.”

“형, 난 치킨.”

[태세 전환 한번 빠르네, 녀석.]

“2집 준비 들어가면 다시 다이어트 확실히 해야 해. 알지?”

“응! 형, 나 맥주도!”

[기저귀 차고 굴러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민국이도 성인이었다.

민국이는 치킨을 주문하고는 TV를 켰다.

그래도 아이돌이라고 항상 음악방송을 주로 봤다.

이때, TV에서 힙합 경연대회를 알리는 광고가 흘러나왔다.

- 대한민국 힙합씬을 이끌고 나갈 퍼를 찾습니다. 이제 당신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기브 미 더 머니!

민국이의 눈이 반짝이는 게 느껴졌다.

사실 민국이는 메인 보컬로 자리 잡기 전까지 에미넘에게 직접 사사도 받은 래퍼이기도 했다.

나는 은근슬쩍 민국이의 의중을 떠봤다.

“민국아, 저기 한번 나가보는 거 어떨까?”

“내, 내가?”

“응. 너 원래 랩 잘했잖아.”

“저긴 주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나가는 데라서.”

“그런 게 어디 있어. 아이돌이라도 실력이 있으면 되는 거지. 솔직히 저기서 아이돌 랩 실력 형편없다고 맨날 까대는데, 오히려 네 실력이랑 너희 멤버들 실력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잖아. 너희 그룹 인지도도 올리고.”

나는 낚시를 던졌다.

이제 미끼를 무는 것은 민국이의 결정이었다.

“형, 이따가 멤버들이랑 이야기 좀 해야봐야 할 것 같아.”

“그래, 오늘은 치킨이나 먹자.”

나는 핸드폰을 들어서 방무혁 대표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 아저씨, 민국이든 누구든 이번 기브 미 더 머니 오디션에서 3위 안에 들면 2집 내는 것으로 하죠. 어떠세요?

사실 며칠 전에 방무혁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방무혁 대표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고, 나는 일정을 마치고 방무혁의 논현동 사무실로 향했다.

방무혁 대표는 축 처진 어깨로 나를 맞았다.

“아저씨,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성국아, 너도 투자자니까 내가 솔직히 말할게.”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 얼굴이기는 했다.

“솔직히 지금 우리 사정이 안 좋아. 우리 <세븐즈>가 잘해주긴 했지만, 투자금 겨우 회수한 정도야. 너튜브로 인기는 타고 있는데, 대한민국 그룹이 해외에서 반응 와 봤자고.”

[앞으로는 달라질 거야, 방무혁.]

미래를 말해줄 수도 없었고, 말한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믿지 않을 게 뻔했다.

“애들 다 집에 가서 우선 쉬라고는 했는데. 2집 장담을 못 하겠어.”

방무혁 대표는 그제야 속내를 털어놨다.

물론 내가 내 돈으로 투자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세븐즈>의 서사는 이게 아니었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고비를 넘어 성공하는 중소기획사의 기적! 내가 바라는 스토리였다.

“아저씨, 저도 좀 고민해볼게요. 너무 걱정은 마세요.”

“그래, 내가 너무 지쳐서 그럴지도 몰라. 나도 마음 추슬러볼게.”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내가 보낸 메시지에 방무혁 대표는 한참이 지나서야 답이 왔다.

- 너 만나고 힘든 소리만 한 거 같아서, 그날 많이 반성했어. 그리고 고생한 애들한테 1집 내고 그만두자고 말도 못 하겠고, 사실은 2집까지 낼 생각이었어. 그래도 기브 미 더 머니 좋은 거 같은데? 우리 애들 실력은 최고잖아!

방무혁은 그사이 생각을 정리한 모양이었다.

이때, 치킨 다리를 뜯던 민국이가 소리를 질렀다.

“형! 대표님이 우리보고 기브 미 더 머니 지원해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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