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좋았습니다.
잘놀다가유 ~
플랫은 원망스러운 심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지만, 아르칸의 목소리가 곧장 그의 멱살을 잡아 돌렸다.
“무슨 일이기에 노크도 잊어버렸지? 들어보고 판단하지.”
즉,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면 두고 보자는 얘기였다.
아르칸은 그런 식으로 에둘러 사람을 겁주는 일이 잘 없었지만 지금은 분명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이었고…… 성안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플랫에게 그 정도 눈치가 없을 리 만무했다.
“그, 그……. 정말로 시급합니다. 폐하, 지금…… 지금 스타토토사이트 밖에 히, 히르슈스텐의 군사들이…….”
에르데네의 눈동자가 번쩍 빛났다.
저도 모르게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시선을 굴렸던 플랫의 낯빛이 하얘질 정도로 매서운 눈빛이었다.
아르칸의 표정 역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반사적으로 에르데네를 감싸듯 그녀의 앞에 서서 플랫의 시선을 가린 뒤 말했다.
“제국에서 군사들을 이끌고 왔단 말인가?”
“아! 그…… 저, 사, 사신이 온 듯합니다. 그런데 군사들도…… 무, 무장을 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왕성의…… 위지어드 기사단장이 남아 있는 병사들을 데리고 왕성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한숨을 내쉰 아르칸이 이마를 쓸어 올렸다.
“알았네. 바로 가지.”
그때, 에르데네가 그를 뒤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같이 가겠어요.”
아르칸과 플랫이 동시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당신도 같이?”
“그래요.”
짧게 대답한 에르데네가 잠시 후, 그녀답지 않게 우물거리듯 덧붙였다.
“테네크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니까요.”
플랫은 여전히 그녀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아르칸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외교의 ‘외’도 모를 저런 왈가닥은 그냥 내버려 두시겠지. 그러시고말고…….
“좋아요, 그렇게 하죠. 같이 가요.”
플랫의 눈이 휘둥그렇게 벌어졌다. 하지만 아르칸도, 에르데네도 롤토토사이트 이상 그에게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앞서 나서려던 아르칸이 말했다.
“잠깐, 그 옷차림으로는 안 돼요. 잠옷이잖아.”
“누가 바보인 줄 알아요? 기가 차서.”
* * *
소피아와 안느의 손을 빌려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에르데네는 머리 장신구를 꽂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덕분에 소피아는 그녀의 뒤를 허둥지둥 따르며 장신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꽂아야 했다.
복도를 따라 알현실을 향해 걸음을 서두르던 에르데네가 큰 창으로 왕성 뜰을 내려다보았다.
익숙한 깃발들, 익숙한 갑옷과 무장한 모습들……. 향수를 느낄 법도 하건만, 지금은 오히려 기가 막혔다.
“맙소사, 정말로 무장을 했잖아. 이 새끼가 미쳤나.”
에르데네의 입에서 튀어나온 험악한 욕설에 소피아가 아무도 없는 주변을 슬쩍 돌아보았다.
“비 전하, 왕성에서 사용하시기에는 썩 적절치 않은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꾹꾹 참아 이 정도다.”
그녀가 알현실로 들어갔을 때, 아르칸은 이미 왕좌에 앉아 사신의 롤베팅 받고 있었다.
뻣뻣이 선 채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제국의 사신은 에르데네를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이 자식, 낯은 익은데 어디서 뭐 하던 놈인지 모르겠군. 테네크와 붙어먹을 관상이라는 건 알겠다만.’
아르칸이 들었더라면 ‘그렇게 고상하지 못한 표현을 롤배팅 어쩌냐’며 기겁을 했을 테다.
에르데네는 왕좌의 오른편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사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빛을 다스리는 히르슈스텐 제국의 황제 폐하이신 테네크 에시 바드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베토르의 국왕께 인사를 드리고자 왔습니다. 저는 황제 폐하의 은혜를 입은 롤즈라 합니다. 제국과 내륙 동맹 사이의 무궁한 화평을 위하여 베토르를 방문하였나이다.”
혀에 기름이라도 칠했는지, 아니면 미리 준비라도 하고 온 것인지 스타베팅 미끄럼도 탈 수 있을 만큼 번드르르한 말이었다.
아르칸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말했다.
“그런 것치고는 시간이 좀 늦군. 내가 알기로, 히르슈스텐과 베토르 사이의 시차가 그리 크지도 않은 걸로 아는데.”
“맡은 바 임무를 재빨리 수행하고자 하였는데, 의욕이 과했던 모양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애초에 베토르 쪽에서는 제국에서 사신을 보내겠다는 소식을 듣지도 못했다.
그것만도 이미 국제적인 시빗거리가 되기 충분하건만, 여러 명의 사절단이 아닌 덜렁 한 명의 사신과 무장한 군사들이 해 질 녘에 왕성까지 무작정 들어왔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아르칸이 말했다.
“나의 군사들이 순순히 성문을 열지 않았을 텐데.”
제국의 사신, 롤즈가 느글느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예. 조금 오해가 있기는 했사옵니다. 하지만 제가 황제 폐하의 직인이 찍힌 명령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이 영 엉망이로군. 기강 잡힌 제국군들 앞에서 부끄러운 꼴을 보였어.”
“뭐 그러실 것 있겠습니까. 베토르를 비롯한 내륙 왕국들은 평화로운 곳이지요. 풍요롭고 한적한 것이 장점 아니겠습니까.”
한 나라의 국왕을 대한다기보다는 숫제 희롱이나 수작을 걸러 롤드컵토토 투였다.
그러면서 그는 내내 에르데네 쪽을 힐끔거렸는데, 아마 그녀가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았다가 제국으로 돌아가면 테네크에게 낱낱이 고해바칠 작정인 듯했다.
‘내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거든.’
에르데네가 생각했다. 하여 그녀는 모든 것을 아르칸에게 맡겨두다시피 한 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롤즈를 노려보는 롤토토 그만두지 않았다.
롤즈는 에르데네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품속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었다.
“그게 뭐지?”
“아, 이것은 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베토르의 국왕께 친히 보내시는 서신이옵니다.”
아르칸이 눈짓을 하자, 플랫이 그의 손에서 봉투를 가져왔다.
불필요할 정도로 세게 눌러 찍은 인을 뜯어내고 편지를 꺼낸 아르칸은 곧 실소를 금치 못했다.
옆에서 편지를 함께 읽은 에르데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어려운 단어로 점철된, 그야말로 황제나 쓸 법한 외교용 편지였다.
그러나 보통 그러한 편지들이 지지부진한 안부나 묻다가 끝나는 것에 비해 테네크의 편지는 목적이 분명했다.
“동맹 측에서 제국에 제공하는 식량이 부족하다, 이 말인가?”
롤즈가 말했다.
“저는 국고가 어찌 움직이는가에 관해서는 스타토토 모르옵니다. 황제 폐하께서 그 편지에 어떤 말씀을 하시었는지도 모르나이다.”
거짓말을 하고 있군. 아르칸이 생각했다. 테네크는 뻔뻔하고도 능글맞은 홀덤사이트 더 많은 식량을 요구하고 있었다.
동맹국에서 추렴하여 실어 보낸 첫 식량의 양이 결코 온라인홀덤 않았건만.
아르칸은 그제야 이 뱀 같은 사신 한 명에 무장한 군사들이 따라온 이유를 알았다.
테네크의 황제가 아예 초장부터 자신의 기를 꺾으려 드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 호락호락 넘어갈 수는 없지.’
편지를 손 안에서 대충 접어 버린 아르칸이 말했다.
“고려는 해 보겠네.”
“아, 예에.”
롤즈는 형세가 그리 유리하지 않다 판단했는지 한발 물러나는 형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에르데네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리고 또, 황제 폐하께서는 우리 황녀 전하가 낯선 환경에서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계신지 낱낱이 알아보고 오라 하셨습니다.”
에르데네의 어금니에서 까드득, 소리가 났다.
팔걸이를 움켜쥔 그녀가 벌떡 일어나려는 순간, 아르칸의 손이 에르데네의 손등을 부드럽게 누르듯 감쌌다.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우리 황녀 전하’라니. 엄연히 베토르의 왕비이며 나의 아내가 된 이를 어찌 볼모 부르듯 하는 것인가? 베토르의 왕비 전하라 칭하도록 하게.”
뜻밖에 아르칸이 그녀를 보호하고 나서자 롤즈는 홀덤사이트 것 같았다.
그러더니 눈에 불을 켠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에르데네를 온라인홀덤 쳐다보았다.
저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리가 없는데, 지금쯤 자리를 박차고 나와 뭐라도 집어 던졌어야 하는데…….
그때 에르데네가 롤즈를 노려보며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를 쳐다보는 것이지?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지 못했는가?”
움찔한 롤즈가 야비해 보이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뭔가가…… 자신의 생각과는 달랐다. 그리고 테네크가 예상했던 것과도 달랐다.
“폐하라니……. 고작 칭왕 한 곳에서.”
롤즈가 입속으로 구시렁거린 순간, 에르데네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가 방금 무엄한 소리를 했는데. 혹시 들으셨습니까, 폐하?”
당황한 롤즈가 벌게진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미간을 찡그린 채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은 아르칸이 말했다.
“난 못 들었소. 자네, 뭐라고 했지? 다시 말해 보게.”
“그, 아, 아닙니다. 아무 말도…….”
“롤즈 레더티.”
에르데네의 목소리가 알현실 안의 어수선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롤즈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며 에르데네에게 절하는 시늉을 했다가 움찔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야 생각이 나는군. 롤즈 레더티. 선황께서 제국을 다스리실 때 시종장의 시중을 들며 짐이나 나르던 자네가 외교관이라니, 대체 몇 계단이나 승진을 한 건가? 놀랍군그래. 황궁 생활을 그만큼 했으면 입을 놀려야 할 때와 놀리지 말아야 할 때를 분간할 수도 있을 텐데, 안 그런가? 방금 베토르의 폐하께서 자네에게 ‘다시 말하라’고 명령하셨느니. 자네가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읊어 보게.”
그러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혀라도 뽑아 버리겠다는 살벌한 분위기였다.
롤즈는 에르데네가 자신을 속속들이 알아보았다는 것에 당황했다.
이마에서 흐르는 진땀을 아무렇게나 문질러 닦으며 뒤 마려운 개처럼 동동거리던 그가 말했다.
“그, 폐, 폐하라는 호칭은 어찌하여. 그, 그것은 제국의…… 황제만이 받으실 수 있는 호칭이 아닙니까.”